유니코드 글꼴과 진짜 글꼴
복사해 붙여넣는 ‘멋진 글꼴’이 사실 글꼴이 아닌 이유, 그리고 그 차이가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.
글꼴은 그리는 방식이지, 글자 자체가 아니다
진짜 글꼴은 글자를 어떻게 그릴지 기기에 알려 주는 파일입니다. 헬베티카로 짜든 타임스 뉴 로만으로 짜든 A는 여전히 A이고, 달라지는 것은 모양뿐입니다. 글꼴을 바꾸면 그 페이지의 모든 A가 함께 바뀝니다.
이 사이트의 스타일은 정반대로 작동합니다. 글자를 어떻게 그릴지 바꾸는 게 아니라, 꾸며진 A처럼 보일 뿐인 전혀 다른 글자로 바꿔치기합니다. 굵은 ‘𝐀’는 굵은 글꼴로 짠 A가 아닙니다. 그것은 U+1D400, MATHEMATICAL BOLD CAPITAL A — 자기만의 코드 포인트를 가진 별개의 글자입니다.
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
서식이 아니라 글자이기 때문에 복사해 붙여넣어도 살아남습니다. 인스타그램 소개글에는 굵게 버튼이 없지만 글자는 받아 주니, 서식이라면 지워졌을 자리에서도 U+1D400을 붙여넣으면 통합니다.
바로 그 성질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합니다. 글이 꾸며진 게 아니라 아예 영영 바뀐 것이라서, 서식이라면 결코 따라붙지 않을 대가가 함께 옵니다.
- 검색에 걸리지 않습니다. 당신의 이름으로 검색해도 𝓎𝑜𝓊𝓇 𝓃𝒶𝓂𝑒는 나오지 않습니다.
- 스크린 리더는 한 글자씩 읽거나, 건너뛰거나, 글자마다 정식 유니코드 이름을 읽어 줄 수 있습니다.
- 해당 글자가 없는 기기에서는 빈 네모가 보입니다.
- 어떤 플랫폼은 그 글자를 아예 거부하거나 지웁니다. 아이디에서 특히 그렇습니다.
이 글자들은 어디서 왔나
대부분은 수학을 위해 유니코드에 들어왔습니다. 수학에서는 꾸밈 자체가 의미를 지니기에, 굵은 벡터와 기울인 스칼라를 구별해야 하거든요. 유니코드는 그 구별을 ‘수학 영숫자 기호’ 블록의 별개 글자로 부호화했습니다.
그것을 장식에 쓰는 것은 유니코드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전용이며, 지원이 들쭉날쭉한 이유도, 접근성 도구가 이를 형편없이 다루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.